디자인/Figma · AI

회사에서 AI를 디자인 업무에 써보라고 했다

neoaeo 2026. 7. 10. 16:01


회사에서 AI를 디자인 업무에 적용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다.

‘이게 실제 업무에서도 될까?’

당시에도 AI를 활용해 디자인 작업을 크게 개선했다는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었다.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는 나 역시 꽤 기대했다. 정말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디자인 업무의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금 달랐다.

잘 만들었느냐, 못 만들었느냐의 문제라기보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 실무’의 기준과 거리가 있었다. 대부분 제한된 조건 안에서 진행한 작은 프로젝트거나, 실제 서비스의 복잡한 정책과 운영 환경까지 고려하지 않은 실험에 가까웠다.

새로운 화면 몇 장을 만들어내는 실험으로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화면과 컴포넌트, 디자인 규칙, 예외 정책이 쌓인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방식이 통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일부 사례에서는 마치 기존의 디자인 방식이 모두 비효율적이고 낡은 것처럼 이야기했다. 오랫동안 실무에서 다듬어온 디자인 시스템과 협업 방식까지, AI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고물처럼 취급하는 태도도 보였다.

처음에는 내가 AI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례를 계속 살펴볼수록, 단순히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의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디자인


그 사례들에는 반복해서 보이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대부분 AI 디자인을 개발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화면이 만들어지고, 곧바로 코드로 변환되며, 실제로 동작한다. 빠르게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관점에서는 분명 혁신적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AI 디자인 사례에서 자주 다뤄지는 것은 게시판이나 관리자용 백오피스처럼 구조와 기능이 중요한 화면이었다. 규모가 작고 구성이 단순한 서비스라면 익숙한 UI 패턴을 조합하고, 실제로 동작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국내 프로젝트들은 조금 달랐다.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화면이 주는 첫인상과 시각적인 완성도도 중요했다. 같은 정보라도 무엇을 먼저 보여주고, 무엇을 강조하며, 어떤 밀도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졌다.

그리고 화면이 나오면 클라이언트는 자주 말했다.

“여기만 조금 바꿔주세요.”

여백을 조금 줄이거나, 문구의 위치를 옮기고, 특정 영역만 조금 더 강조하는 식의 작고 구체적인 수정이었다.

기존 디자인 도구에서는 화면을 함께 보면서 바로 조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AI로 생성한 결과물에서는 이런 작은 수정이 오히려 길어지기도 했다.

원하는 부분만 정확히 바꾸지 못해 다시 설명해야 했고, 한 곳을 수정했더니 다른 부분까지 달라지는 일도 있었다.

첫 화면을 만드는 속도는 빨랐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 반복되는 수정과 조율까지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결과물을 만드는 것과 협업하는 것은 다르다


협업 방식도 문제였다.

AI로 생성한 결과물을 Markdown이나 HTML 문서로 관리하면 개발자에게는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와 기획자, 클라이언트가 모두 그런 문서에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코드를 읽으며 화면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실제 화면을 함께 보고, 특정 부분을 가리키며 의견을 주고받고, 눈앞에서 수정된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에 익숙했다.

Figma는 단순히 화면을 그리는 도구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직군이 같은 결과물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의 작업 공간이었다. 디자인 시스템과 화면 상태를 확인하고, 의견을 남기고, 수정 전후를 비교하며 협업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데 AI 도입을 강조하는 사람들 중에는 Figma와 같은 기존 디자인 도구를 이미 낡고 불필요한 것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AI가 화면과 코드를 함께 만들어주니 별도의 디자인 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협업 방식을 제안한다기보다, 모든 사람이 개발자에게 익숙한 방식에 맞추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개발자가 사용하기 편한 산출물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디자인과 협업의 문제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AI가 빠르게 첫 결과를 만들어주는 것은 분명 혁신이었다.

다만 빠르게 결과물을 만드는 것과, 그것을 실제 프로젝트 안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검토하고 수정하며 완성해가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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